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는 허구가 아닌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역사 속 실존한 왕이며, 그의 이야기에는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오늘은 맥베스라는 인물의 실제 역사와 연극 속 배경,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상징하는 요소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실존 인물 ‘맥베스’, 역사 속 그는 누구인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피와 야망, 배신과 죄의식으로 점철된 강렬한 비극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맥베스는 단지 문학적 상상 속 인물이 아니라 11세기 스코틀랜드에 실존했던 왕입니다. 역사 속 맥베스(맥베드 mac Findlaích)는 1040년부터 1057년까지 스코틀랜드를 통치한 인물로, 당대에는 상당히 안정적인 통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맥베스는 자신의 전임자인 덩컨 1세를 전투에서 직접 무찌르고 왕위에 오릅니다. 이는 연극처럼 암살을 통해 왕좌를 찬탈한 것이 아니라, 당시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 구조인 ‘탄이스리(Tanistry)’, 즉 능력 있는 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방식의 결과였습니다. 맥베스는 정당한 권리로 왕이 되었고, 통치 기간 동안 기독교적 가치와 왕권의 안정을 위해 많은 개혁을 시도했다고 전해집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실존 인물을 정치적 목적, 특히 제임스 1세(스코틀랜드 출신)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극의 주인공으로 변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극 속 맥베스는 욕망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인물로, 역사와는 꽤 다른 캐릭터로 재창조된 것입니다.
영화속 배경, 스코틀랜드의 풍경과 문화
『맥베스』의 무대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들판, 어두운 성, 그리고 으스스한 숲 등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와 극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특히 ‘포레스의 숲’과 같은 장소는 예언과 운명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실제 스코틀랜드의 거친 자연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중세 시기, 강력한 부족 중심 사회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정치적 암투와 전쟁이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맥베스』의 배경도 이러한 혼란과 야망이 뒤섞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 자주 등장하는 안개, 천둥, 피비린내 나는 전쟁 장면은 실제 스코틀랜드의 중세 전쟁사를 떠올리게 하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당시 스코틀랜드 사회에서는 마녀와 예언에 대한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연극 초반 세 마녀의 등장 역시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탄생한 요소로, 스코틀랜드 관객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연극의 배경은 단순한 무대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스코틀랜드라는 땅이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맥베스』 줄거리 요약: 권력의 유혹과 몰락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맥베스가 세 마녀로부터 “장차 왕이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듣고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예언을 의심하던 맥베스는, 실제로 덩컨 왕으로부터 영지와 명예를 받게 되자 점차 예언이 사실일 수 있다는 믿음을 품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맥베스의 내면에서는 야망과 도덕심 사이의 치열한 갈등이 시작됩니다.
결국 그의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가 남편을 부추기며, 두 사람은 덩컨 왕을 살해하고 스코틀랜드의 왕위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맥베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거듭합니다. 그는 왕위를 위협할 수 있는 친구 반코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 그리고 던컨 왕의 아들들을 제거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맥베스의 폭정은 불안정해지고, 그는 점점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는 인물로 변해갑니다. 반코의 유령에 시달리고, 아내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정신을 잃고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와중에 영국으로 도망쳤던 맬컴(던컨의 아들)과 맥더프는 연합군을 조직해 맥베스를 공격합니다.
결국 마녀의 또 다른 예언—“버넘 숲이 움직일 때 맥베스는 죽는다”—가 실현되고, 버넘 숲에서 병사들이 위장을 하고 행군해 오는 장면은 예언의 실현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맥더프는 맥베스를 죽이고, 맬컴이 왕위에 오르며 비극은 막을 내립니다. 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권력이 초래한 도덕적 파멸과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입니다.
스코틀랜드가 상징하는 비극의 땅
『맥베스』에서 스코틀랜드는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비극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어둠, 배신, 예언, 유혈사태 등 모든 극적 요소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은 파멸로 이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맥베스가 왕이 되기 위해 저지른 피의 대가는 스코틀랜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왕조를 무너뜨리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권력욕과 인간 내면의 불안정함이 어떻게 공동체 전체에 파괴적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스코틀랜드는 이 모든 혼란을 안고 가는 공간으로, 무대 뒤편에서 묵묵히 비극을 지켜보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또한 맥베스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 즉 ‘버넘 숲이 움직인다’는 마녀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순간, 스코틀랜드의 자연은 그 자체로 운명과 정의의 도구가 됩니다. 이는 인간의 행위가 결국 자연 질서와 맞서서는 안 된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스코틀랜드는 이 메시지를 실현하는 무대입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는 맥베스라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전체 서사의 흐름과 테마를 구체화하는 핵심 상징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맥베스를 이해하는 가장 깊은 길, 스코틀랜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단순한 개인의 몰락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코틀랜드라는 실제 공간과 역사, 문화, 상징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한 편의 웅장한 비극으로 완성됩니다. 맥베스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살았던 땅과 시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코틀랜드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운명’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